고양이의 삶에서 화장실은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볼일 보기 적절한 프라이빗한 공간에 깨끗하고 쾌적한 화장실을 두어 편안하게 배변 활동을 할 수 있다면 반려묘들의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또한 아이들의 크기에 맞는 사이즈와 깊이도 중요하죠.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여러 번 고민하게 되는 고양이의 화장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화장실을 처음 사용하는 시기
아기 고양이는 태어난 지 3주~4주 사이에 모래를 부어 놓은 고양이용 화장실에서 스스로 오줌을 누고 배변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어미가 배변을 유도하거나 집사가 누이지만 이 시기가 되면 아깽이들은 스스로 모래를 파고 볼일을 볼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입니다.
저는 우리 집 냥이를 위해서 생후 3주가 되었을 때 처음 화장실을 준비해 주었는데 24일째 되던 날 처음으로 혼자서 화장실에 들어가 오줌을 누더라고요. 그리고 4주째가 되던 날 모래에서 스스로 똥도 누기 시작했고 이 날부터 완전히 집사가 배변시켜줄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우리 냥이는 길냥이 출신인데 어미가 다른 아이들은 돌보면서 이 아이만 아예 돌보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에 생후 3일 차부터 키우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번도 다른 고양이들이 어떻게 모래에서 볼일을 보는지 보고 배운 적이 없지만 스스로 자연스럽게 시도하고 터득해서 뿌듯했습니다.
이렇게 고양이들은 화장실을 사용하도록 훈련시키거나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래가 있는 상자가 자신이 배변할 곳인 것을 이해하고 배변 후 착착 모래를 덮어 깔끔하게 뒤처리까지 하고 나온답니다.
화장실을 놓는 적절한 위치
고양이 화장실은 집의 조용한 곳에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줌이 마려워 모래 위에 자리를 잡았다가도 조그만 기척이라도 들리면 누지 못하고 빠져나와버리는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집안의 구석진 곳이나 코너 공간처럼 조금은 가려질 수 있는 장소에 마련해 두는 것이 좋아요.
하지만 완전히 막힌 공간이 아니라 환기를 시킬 수 있는 곳에 위치해야 합니다. 냥이들의 오줌똥 냄새가 정말 지독하거든요. 또 모래 먼지 때문에 집사님들이 오줌, 똥을 치워줄 때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키는 것도 집사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서 중요하니 이상적인 곳을 찾아 마련해 줍시다.
화장실의 종류와 적절한 크기 및 개수
지붕이 덮인 형태의 화장실도 있고 문을 밀고 들어가는 종류도 있지만 대부분의 고양이들에게는 위가 뚫려 있는 상자 형태가 좋다고 합니다.(간혹 막힌 배변 장소를 선호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아깽이 시절에는 드나들기 쉽도록 깊이가 얕아야 하고 커가면서 몸집에 맞게 큰 것으로 교체해 주어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해 주어야겠지요.
저의 경우에는 쓰지 않는 작은 김치통(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고양이들은 후각이 예민합니다!)을 첫 화장실로 만들었답니다. 작은 통이었는데도 3주 차 아깽이에게는 높은 벽이라 한쪽을 그라인더로 자르고 갈아서 드나들기 쉽게 만들었어요. 그러다 냥이가 자라서 작게 느껴지자 대형으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아이가 컸는데 벽 높이가 너무 낮다 보면 모래를 팔 때 바깥으로 다 튀어나와 주변의 사막화가 심해지는 단점이 있어요. 맨발로 걷다가 모래가 밟힐 때의 느낌! 좋진 않잖아요? 이런 점까지 고려하여 성장에 따라 크기가 큰 것으로 바꾸어 줍시다.
화장실의 크기는 어느 정도가 적절할까요? 수의사들은 고양이의 길이, 즉 코끝부터 꼬리뼈 시작 부분까지의 길이의 1.5배 이상의 크기가 이상적이라고 합니다. 그 정도는 되어야 안에서 움직이며 돌아다니고 모래를 파고 덮기에 무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8개월 차 냥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저도 이제는 특대형 사이즈로 바꿔주려 합니다. 아이들이 배변할 때마다 바로바로 치워주면 더욱 깔끔하고 좋겠지만 매번 그럴 수는 없어 하루에 두세 번씩 치우게 되는데요, 사이즈가 커야 이미 싸고 덮어놓은 자리 주변을 제외한 공간에서 다시 배변할 수 있겠죠?
그리고 키우고 있는 고양이 수보다 하나 더 많은 n+1개의 화장실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니 개수에도 신경을 쓰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한 마리만 키우고 있는데 두 개를 두고 있어요. 저희 냥이는 마려워도 움직이기 싫으면 참고 가지 않기도 하는데 화장실이 눈에 띄면 들어가서 배변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런데 개수가 많을수록 모래 유지비용도 늘어나니, 한 마리만 키운다면 큰 화장실 하나로도 관리하기에 따라서는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상 고양이의 화장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고양이들은 가르치고 훈련시키지 않아도 모래에 대변과 소변을 보고 덮어서 마무리하고 나오는 것을 보아 알 수 있듯이 모래가 자연스러운 배변 공간인 것 같아요.
사람들도 더러운 화장실은 이용하기가 꺼려지는 것처럼 고양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 냥이의 건강한 배변 생활을 위해 조금 더 깔끔하게 치우고 고민하고 공부하는 집사가 되기를 다짐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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